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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으로의 길(The way to Eden), 아웃사이트 설치전경, 2021, 남진우  



에덴의 기억
글_김상진

 

에덴은 모든 면에서 결핍이 없었던 그래서 모든 것이 풍요로웠다고 전해지는 태초의 낙원이며 선과 악조차 구분되지 않는 그래서 본능 외의 여타의 서사가 성립되지 않는 전 인간적(prehuman) 총체성을 표상하는 기원의 장소이다. 하지만 사실 에덴은 그 본질 자체로서 인간에게 앎의 결핍을 (즉 호기심을) 전제하고 있었기에 그 결과 우리는 그 풍요(공허)의 낙원으로부터 추방당해 오늘날까지도 끝없는 앎의 황야 속을 헤매게 되었다.

 

내던져진 황야라는 지독한 어둠(결핍)의 대지 위에 딱히 쓸만한 무엇이 있었을 리 없다. 그래서 인간은 선과 악을 - 추방의 계기를 - 나침반 삼아 이제껏 머나먼 여정을 이어 왔을 터이다. 허나 그 나침반은 역사가 증명하듯이 좋은 것과 나쁜 것, 유용한 것과 유용하지 않은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 위협하는 것과 위협당하는 것, 욕망하는 것과 더 욕망하는 것, 효율적인 것과 효율적이지 않은 것. 두려운 것과 더욱더 두려운 것 등의 크고 작은 무한한 간극 속에서 쉴 새 없이 갈팡질팡하는 변덕스러움1이었으며 또한 우리는 어지러이 (게다가 부지런히) 그 저울 위에 승리자와 패배자, 벌주는 자와 벌 받는 자, 떠드는 자와 침묵하는 자, 강한 자와 약한 자, 무지한 자와 더 무지한 자들을 달아 그 눈금 -어둠을 밝히는 필연적 귀신 불로서- 을 절대적 광명으로 삼고 선과 악의 시쳇더미를 쌓아 올려 오늘의 거대한 문명을 직조해왔다.

 

남진우는 이러한 선과 악의 가장 대중적 상징으로 대변되는 영웅과 괴물의 전형적 갈등구조를 사용하여 괴물 오징어와 이에 맞서는 영웅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일반적으로 영웅과 괴물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잡지 표지와 같은 일차원적 전형성​2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영웅과 괴물의 관습적 이미지들이 굳이 질문되지 않는(다수의 정의가 만들어내는) 암묵적 파시즘의 영역에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3 하지만 일방적 이분법에 상처받은 유년기의 트라우마​4에서 시작된 그의 작업은 이러한 구도를 위대한 영웅의 시점이 아닌 핍박받는 괴물의 시점에서 펼쳐나가며 권선징악의 일방적 신화에 귀속된 이미지들의 전복을 시도한다. 그의 작업 세계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후 흔히 ‘세카이(세계)’로 대변되는 주요 현대 일본 에니메이션의 구조와 표현 형식에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최근의 히어로물이 보여주는 선과 악에 대한 다원적 시점의 변화 -빌런의 반격- 와도 부합하는 면을 가지고 있다.

 

남진우의 작품은 세계를 집단의 거시적 관점이 아닌 개인의 인식론적 관점에서 설정하고 부조리의 세계(혹은 위기의 세계) 속에서 내적 구원을 찾는 ‘세카이’적 설정을 기반으로 출발하고 있으며 부정의 한 세상에 의해 괴물로 내몰린 주인공 - 대왕오징어 - 의 모습에는 작가의 유년기 시절이 투영되어 있다. 그의 대왕오징어들은 더 이상 그들이 괴물이라 불리지 않을 수 있는 곳 - 구원의 땅 에덴 - 으로 향하며 그곳을 지키는 강력하고 잔혹한 그리고 아름다운 영웅​5에 맞서 끝나지 않을 슬픈 전투를 벌인다.​6 그리고 이 전시는 이들의 이야기 중 에덴으로 진입하려던 대왕오징어들이 영웅에 의해 학살당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지나간 선과 악을 돌이켜보며 그 허구성을 조소하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현재의 광명 또한 다른 허구(이데올로기)의 귀신 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식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는 진실된 어둠의 공허보다는 거짓된 등불의 가시성이 우리의 원죄(앎)의 필연적 형상을 구성하고 있음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앎의 양가적 두 측면(공포와 환희)에 대한 극적 상상 물인 영웅과 괴물이 담보하고 있는 선과 악은 앎(원죄)의 기본적 구조이며 동시에 시간의 수레바퀴의 윗면과 아랫면이다. 이 회전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폭력과 희생의 연속을 담보하는 비극의 순환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에덴으로(혹은 어느 유토피아이든) 돌아가 이 지리한 고통을 종식시키고 싶어 하지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괴물과 영웅의 치열한 전투는 영원히 끝나서는 안 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에덴으로의 귀향은 전 인간적 원형으로의 회귀에 대한 충동이며 따라서 만약 어느 쪽이든 이 전투가 한 쪽의 승리로 끝날 때 우리는 선과 악 중 하나를 잃음으로써 앎의 전부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앎의 상실은 곧 인간의 영원한 죽음을 의미한다.

 

 

한결 좋은 바다를 달려가고자

 

나 이제 시재의 조각배 돛을 올리고

 

그다지도 참혹했던 바다를 등졌다.

 

두번째 왕국을 ‘나는 노래하리’

 

이곳에서 인간의 영이 씻기어

 

하늘로 오르기에 마땅해진다. 

 

[ 신곡_연옥편 1: 1~6, 단테 알리기에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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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소란스러운 변덕스러움에서 찾아지는 한가지 일관성은 오직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들에 대한 오해 뿐일 것이다.

2 작가는 어린시절 정의의 로봇은 늘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제거되야 할 악의 사도들은 언제나 인간과는 거리가 먼 괴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고 말한다. 

3 롤랑 바르트가 “언어는 파시스트적인 것이다” 라고 말했듯 질문받지 않는 이미지 또한 이러한 영역에 기거한다. 이러한 예로 소년 무하마드 알리가 던졌던 질문 - “Mother, How come is everything white?”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 어린 알리는 어머니에게 늘 물었다. “왜 모든게 하얀색(백인)이지? 예수도, 최후의 만찬도, 천사도, 교황도, 마리아도. 저 사진(그림)들을 찍은 흑인 천사들은 어디 간거야?….왜 타잔은 아프리카의 왕인데 백인이지?…그리고 왜 모든 나쁜 것들은 검은색이지? - Parkinson과의 인터뷰 중 (1971)

4 가족의 사정에 의해 주기적으로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고독한 유년기를 보내야 했던 작가는 특이하게도 괴물을 사랑하는 소년이었다. 그는 특히 바다 괴물 크라켄이라 불리는 대왕오징어에 깊은 애착을 가졌는데 그는 이 매력적인 생물이 퇴치되어야 할 괴물로 불리는 것에 깊은 연민을 가졌으며 인간에 의해 설정된 정의 속에서 괴물에 대한 영웅들의 폭력과 정복이 일말의 의문없이 정당화되어 지는 것에 깊은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5 작가는 대왕오징어와 영웅을 Two Monster(두 괴물)라고 명명한다. 이 전시에서 영웅은 거의 그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 속에서 영웅은 반복되는 아름다운 얼굴과 맹목적 폭압 그리고 대왕오징어의 촉수를 닮은 신체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6 “… 그로테스크한 거대오징어들, 광기 어린 눈빛을 한 그들의 울부짖음이 울려 퍼지는 세계 그곳은 나의 고독한 유년시절이 창조한 세상이다. 일그러진 동심의 피조물인 거대오징어가 가득한 이 세계에서 나는 전지전능한 왕이다.…나의 피조물인 거대오징어군단은 영웅들과 치열한 전쟁을 치렀고 처절히 전사한 나의 피조물들을 보며 나는 내가 폭군이었음을 실감했다.” - 남진우의 작가노트 중 

 

 



The Memory of Eden 
Text by Sangjin Kim (out_sight)

 

 

Eden is the primordial paradise, as it is told, where nothing was deficient, and thus everything was abundant.The garden of the origin, where there was no distinction between good and evil, represents the prehuman-totality where basic instinct was the only narrative established. However, by its nature, Eden postulates the lack of knowledge (in other words, curiosity) in humans. And for that, we are banished from the paradise of abundance(voidness) to still wander in the endless wilderness of knowledge.

 

Obviously, there is nothing useful in the wilderness, the earth of the desolate darkness (deficiency). And thus, humans have been on a long journey since the exile until now, using the good and the evil - the reason for their exile - as a compass. Though, as history proves, the compass is an inconsistent one that indecisively sways back and forth between the good and the bad, the useful and the useless, the beautiful and the ugly, the intimidating and the intimidated, the desiring and the desired, the efficient and the inefficient, the fearful and the even more fearful, and so on 1. Likewise, in a (and even diligent manner), we have weighed on that scale the winner and the loser, the punishing and the punished, the noisy and the silent, the powerful and the weak, the ignorant and the even more ignorant. We took the scale -an inevitable ghost fire that illuminates the darkness- as the definite hope when weaving the current massive civilization above the fallen bodies of the obsolete good and evil.

 

Employing a typical conflict structure between heroes and monsters as common symbols of virtue and vice, Jinu Nam depicts a story of monster squids and heroes that fight against them. In general, images of heroes and monsters embody a one-dimensional typicality as seen in magazine covers2 , implying that those conventional images are placed in the territory of tacit fascism, which no one bothers to question (as a result of the justice of the majority)3 . However, having derived from Nam's traumatic childhood when he was wounded by unilateral binaries, Nam’s works unfold the narrative structure from the perspective of the persecuted monsters rather than that of the great heroes in attempt to overthrow images that are subordinate to to one-sided myths which promote virtue while reproving vice.4 The structure and form of his world resemble that of major Japanese animations characterized by ‘Sekai (universe)’ ever since Neon Genesis Evangelion. And likewise, they coincide with recent super-hero narratives presenting the newly introduced pluralistic perspective regarding the good and the evil: the villains’ counterattack.

 

The squids set off to the place where they are monsters no more: Eden, the land of salvation. And they fight piteous battles without end against the mighty, merciless, and glorious heroes​ who guard paradise​5.6 The exhibition portrays a scene from their epic: the colossal squids being massacred by the heroes during their attempt to enter Eden.

 

It is easy to mock the fictiveness of obsolete goodness and evil in retrospect, but it is almost impossible to recognize that today’s hope is just another fictional (ideological) ghost fire. It results from the fact that what constructs the logical form of the original sin (knowledge) is not the voidness of the truthful dark, but the visibility of the fictitious lamplight, Therefore, heroes and monsters, as dramatic creations of the mind regarding the contradicting double sides of knowledge (fear and joy), constitute the fundamental structure of knowledge (the original sin), and simultaneously the double sides of the wheel of time. The cycle implies a tragic loop that demands of us inevitable violence and sacrifice. Perhaps for that reason, we dream of returning to Eden (or any Utopia) to end this lingering pain. But unfortunately, it may be that the fierce battle of the monsters against the heroes must not ever end. Because returning to Eden is an urge to return to human origin: if the war ends with the victory of one side, we will lose all of our knowledge by losing either one of good or evil. And losing knowledge would mean eternal death to us humans.

 


O’er better waves to speed her rapid course The light bark of my genius lifts the sail, Well pleas’d to leave so cruel sea behind; 

 

And of that second region will I sing, In which the human spirit from sinful blot Is purg’d, and for ascent to Heaven prepares. 

 


[Canto 1: 1~6, Purgatory, The Vision of Hell, Purgatory, and Paradise]

By Dante Alighieri 

 



Translated by Jinho Lim(out_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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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ly consistency found in such noisy flightiness would be misunderstandings regarding humans and non-humans. 


2 When he was a boy, the artist found it very odd that most righteous robots were made in the human figure while the vicious villains were always depicted as monsters far from human beings. 


3 Roland Barthes once gave a speech about language as being 'quite simply fascists', and it is also true for the images that are never questioned. For example, the young Muhammad Ali once asked, "Mother, how come is everything white?". He constantly questioned. "Why everything is white, including Jesus, the last supper, the Angels, the Pope, and even Mary. Whatever happened to the black angels who took those pictures (paintings)?… Tarzan was the king of a jungle in Africa, and he was white…and everything bad was black". - from Ali's interview with Parkinson in 1971.


4 The artist had a lonely youth, as his family periodically moved from one country to another when he was young. He was an unusual boy who loved monsters. He was especially attached to the sea monster called Kraken, a giant squid. He felt sympathy for the attractive creature, for it was considered a monster to be eradicated. Also, he resented that the violence and subjugation of the heroes against the monsters were undoubtedly justified by human-centered righteousness.


5 Nam calls the giant squid and the heroes 'Two Monsters'. His works in this exhibition barely depict the heroes, but in his other works, the heroes are presented in a body structure close to the tentacles of giant squids, with beautiful faces of reckless coercion repeating.


6 “…The grotesque figure of giant squids with frenzied eyes and their cries resonating all over; that is the world that I created in my youth. I am the almighty God who rules the world full of giant squids, the creature of my distorted childhood innocence… My creatures, the army of giant squids, had fiery battles against the heroes. As looking down at the fallen bodies of my creatures, I realized that I was a tyrant.” - From the artist’s note.